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감정의 정원

by toribella 2025. 4. 7.

'감정의 정원'작품 

가끔은 한 폭의 그림이 언어보다 더 정직하게 감정을 건드릴 때가 있다. 이 작품 「감정의 정원」을 마주했을 때, 나는 마치 내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말로는 표현되지 않던 감정의 덩어리들이 갑자기 색으로, 형체로, 리듬으로 피어나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. 노란빛과 주황빛이 강렬하게 퍼진 배경은 마치 태양의 열기처럼 들이닥친다. 하지만 그 안에 피어난 꽃과 점, 하트, 알 수 없는 형상들은 따뜻하기보단 복잡하고 풍성하다. 나는 이 요소들이 단지 장식이 아니라, 감정의 파편들이라고 생각한다. 우리가 일상에서 흘려보내는 수많은 감정들 기쁨, 외로움, 기대, 불안, 위로 그 모든 것이 형상화되어 이 정원에 꽃으로 피어난 것이다.

 

그 중심에 서 있는 파란 얼굴의 인물은 눈을 감고 있다. 나는 이 인물이 외부의 세계에서 자신을 단절한 것이 아니라, 오히려 감정의 안쪽을 응시하고 있는 중이라고 느낀다. 눈을 감은 건 때때로 세상을 더 깊이 바라보기 위한 행위다. 그가 입고 있는 옷은 마치 우주처럼 보인다. 무수한 점과 색이 흩뿌려진 그 공간은 하나의 캔버스이자, 그 사람의 내면을 상징하는 정원이다. 감정이란 무엇일까. 나는 이 그림을 보며 감정은 숨기거나 제어하는 대상이 아니라, 들여다보고 가꾸어야 할 ‘정원’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. 꽃이 자라는 정원처럼, 감정도 빛과 어둠, 비와 바람 속에서 자란다. 아름답기도 하고, 때로는 날카롭고 어지럽기도 하다. 그러나 그것들이 얽혀있는 풍경은 단 하나뿐인 우리의 진짜 얼굴일지도 모른다.  그림 속 인물은 흔들리지 않는다. 그는 그저 그 안에 서 있다. 감정이 소란스럽게 피어나는 와중에도, 그는 중심을 지키고 있다. 나는 이 태도가 너무 아름답다고 느꼈다.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, 외면하지도 않으며, 그저 ‘그대로 존재하게 내버려 두는 것.’

 

그래서 이 작품은 내게 있어 단지 화려한 색채의 나열이 아니라, 감정과의 관계 맺음에 대한 이야기처럼 다가온다. 우리는 각자의 마음속에 정원을 갖고 있고, 그 정원은 저마다 다른 색과 모양으로 채워져 있다. 그리고 그 정원은 언제든 우리가 눈을 감고 서면, 다시 피어나기 시작한다. 나는 이 그림이 말없이 말하는 듯한 목소리를 듣는다. “지금 너의 마음은 어떤 꽃을 피우고 있니?” 그 물음 앞에서, 나는 조용히 나의 감정들을 들여다보게 된다. 그리고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, 인정하며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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